지알원
화려한 대도시의 그 이면에는 오역을 토해내는 영역이 동시에 존재한다. 빈틈, 주변부로 일컬어지는 뒷 골목에도 도시 속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들의 낙서나 흔적 등이 필시 존재하는데 이는 어느 곳에나 보이는 도시의 양면적인 특성이다. 대부분의 낙서, 흔적들은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내고자 하는 그래피티 작가 혹은 하위문화(혹은 언더그라운드)에 심취한 젊은이들의 행위일 것이다. 이런 낙서는 일정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지워지거나 다른 낙서로 돼 덮이거나 하면서 도시의 개성을 살리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이는 우리가 사는 서울도 마찬가지이다. 특정 문화적 관점에서 현재 서울의 모습의 이면을 발견함과 동시에 기록함으로서 하위문화의 존재와 배설의 가치를 되짚어 보고자 한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그래피티라는 일종의 반사회적인 작업들을 해왔다. 그래서 생활 습관 양식 등 나의 모든 것이 그래피티라는 문화적 관습에 맞춰져있다. 예를 들면 길을 걷거나 어딘가로 이동할 때에는 항상 스티커라는 매체를 이용하여 일종의 tag(사인, 표식)을 방문한 장소에 남기는 행위를 계속해서 한다거나 비 합법적 작업을 하였을 때 작업이 눈이 띌 수 있는 장소 등을 메모장에 적거나 사진을 찍는 행위 등을 오래된 습관처럼 반복해서 해왔고 이 습관은 지금도 변함없이 계속되고 있는 중이다.
장시간 이 문화 속에서 생활을 하다 보니 많은 작가(그래피티 용어로는 writer)들의 작업도 사라지고 그들의 행위도 그만두어지는 걸 지켜봤다. 대중에게 문화적 다양성을 알리고 이해시키고자 하는 개인적인 애정행위를 행사와 전시의 기획, 출판물 제작 등 다양한 움직임으로 해왔으며 이를 사진으로 기록해왔다. 그러나 문화적 가치, 혹은 배설이 존재하는 도심의 구석, 버려진 장소, 빈틈이라 불리는 공간 속에 빼곡히 존재하는 흔적들은 도시인의 생활 속에 밀접히 존재하지만 누구도 기록하고 있지 않다.
거리문화에서 배제된 대부분의 타자들은 이러한 영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으며 실로 각종 언론에서 기사를 쏟아내며 문제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부정적 인식의 오역 또한 도시 속의 한 부분을 차지하며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고 특정 문화의 가치로 발현될 수 있기에 거리미술이라는 큰 집합 속에 발견과 기록이라는 <Cityscape>이라는 시리즈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예술은 보이는 것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눈에 보이게끔 만드는 것이다. 라는 말처럼 거리예술 혹은 낙서라 불리는 하위문화(subculture)를 이용하여 존재하지만 보지 못했던 가치에 대해 발견하고 기록하여 재현의 과정을 거쳐 타자에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타자들의 시선에 의도적으로 보이게 하는 장치로 만드는 시도이다.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