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알원
1.
90년대 말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그림 그리는 것과 힙합 음악을 좋아하는 나에게 그래피티 작업은 당연한 수순 같은 것이었다. 2000년 3월 처음 스프레이를 잡고 낙서를 하며 받았던 재미와 강렬함 때문인지 그 이후 거리 위에서 흔적을 남기는 작업을 하며 많은 여행을 다니기도 하고, 때로는 체포되어 몇 번의 재판을 받기도 하며 나는 10대와 20대를 보냈다.
나의 모든 생활습관 양식 등 모든 것이 그래피티라는 문화적 관습에 맞춰져있다. 예를 들면 길을 걷거나 어딘가로 이동할 때에는 항상 스티커라는 매체를 이용하여 일종의 tag(사인, 표식)을 방문한 장소에 남기는 행위를 계속해서 한다거나 불법적 작업을 하였을 때 작업이 눈에 띌 수 있는 장소 등을 메모장에 적거나 사진을 찍는 행위 등을 오래된 습관처럼 반복해서 해왔고 이 습관은 지금도 변함없이 계속되고 있는 중이다.
2.
태깅(Tagging)이라는 행위는 그래피티 문화가 처음 태동될 때 주로 단색으로 작가 들의 사인을 빠르게 그리는 행위를 말한다. 모든 그래피티 작업의 기초가 바로 이 태깅이라는 행위인데 현대의 작가들에게 이 태그는 점점 더 양식화되고 추상화 되었으며 더욱 빠른 작업을 하기 위해 스티커나 스텐실 등으로 대체되기도 하였다. 이 문화에서 배제된 타자들에게는 암호처럼 한 번에 알아보기 힘든 이런 문양들은 그래피티 작가들은 자연스럽게 읽고 이해한다. 이런 양식화된 거리의 사인, 태그들이.. 선을 긋는 행위, 즉 드로잉의 형태로 나에게 다가왔다. 드로잉의 사전적 의미인 입체의 표면 위에 ‘선으로 긋는다’라는 행위를 이러한 태깅들이 가장 잘 나타내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거리 위에서 즉발적으로 일어난 이러한 낙서의 나열에서 질서와 아름다움을 느끼고 있다.
3.
그래피티 작가들은 자신만의 고유의 스타일을 만들어 가면서 정체성을 확립한다. 그런데 이런 정체성은 익명성과 불법성 위에서 만들어진다.
구속과 제한을 벗어난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그래피티 라이팅(Writing)의 강한 중독성과 작가들의 세계에서 잠재적으로 얻게 된 명성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태거들은 흥미를 잃지 않은 채 수년이고 태그 작업을 이어나갈 수 있다. 본질적으로 보면, 태그 활동은 도시 전체를 놀이터로 삼는 일종의 게임과 같다.
(애너 바츠와 베크, ‘그라피티와 거리미술’, p17 인용)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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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rds of Thoughts
GR1
1.
Doing graffiti came quite naturally to me since I was partial to painting and hip hop during my adolescence in the 1990s. I spent my teenage years and twenties traveling a lot, leaving marks on the streets or getting a trial several times, probably because of the interest and intensity I felt when I first began to make scribbles with a spray can in March of 2000.
My lifestyle and habits are in tune with the cultural conventions of graffiti. For instance, I am always tagging places with stickers whenever I walk or move around. I am constantly writing down conspicuous places in a memo pad or taking pictures of them whenever I do illegal work. This habit is holding steady.
2.
Tagging refers to the act of using a single symbol or signature that is quickly rendered in one color. It is the basis of every graffiti work. Tagging has become gradually more stylized and abstract on account of contemporary artists and has been replaced with stickers and stencils to increase the speed of a work. Graf ti artists can naturally read and understand patterns that are hard to recognize like secret codes for others who are excluded from this culture. Those stylized street signs and tags have interested me as a form of drawing, that is to say, the act of drawing a line. That’s why I think tags can be an eloquent representation of the dictionary meaning of drawing, an act of drawing a line on the surface of a three- dimensional structure. I also feel some order and beauty in the arrangement of those scribbles that whimsically occur on the streets.
3.
Graffiti artists establish their identities while forging their own intrinsic styles. And yet, those identities are shaped based on anonymity and illegality. Taggers are able to keep tagging for years without losing their interest due to the strong addictiveness of graffiti writing usually carried out in an area of restriction and limitation and expectations for a reputation they potentially have in the world of artists. By nature, tagging is a sort of game in which the entire city functions as a playground.
(Quoted from Graffiti and Street Art by Anna Waclawek)
2019